재현이 왜 여주를 의식하게 됐더라. 사실 시작은 꽤 사소하다. 반 학기도 지나지 않아 남녀 가릴 것 없이 재현에게로 쏟아지던 관심, 선망의 눈빛, 어디를 가나 따라오던 시선들. 귀찮고 부담스럽기도 했지만, 사실 어린 마음에 즐긴 것도 맞다. 남자애들이 우리 반 여자애들 대부분이 너 좋아해, 라고 했을 때 아니라고 손사래 치면서도 은근히 올라가는 입꼬리만 봐...
손을 뻗는다. 침대 시트를 손바닥으로 훑는다. 핸드폰 어디 있지. 평소 습관처럼 핸드폰을 찾는다. 지금 시각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. 하지만 끝끝내 손에 걸리는 게 없다. 아. 귀찮음을 무릅쓰고 간신히 눈을 떴다. 머리가 안개 낀 듯 여전히 무거웠다. 익숙한 베이지 천장. 익숙한 무늬의 이불. 익숙한 향이 배어 나오는 침대. 나 어제 그렇게 술 처먹고도 집에...
*네임버스 *소재주의 - 트리거 주의 ! 폭력성, 집착, 강제성, 모럴리스 등 불쾌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주연을 싫어하는 이유를 대라면 백 가지도 댈 수 있었다. 날카롭게 생긴 생김새. 나보다 한참이나 키가 커서 깔보듯 쳐다보는 눈빛. 늘 자신이 우위에 위치하고 있어 남을 깔보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. 자기가 잘난 줄 너무 잘 알고 있는 그 오만...
- 어? 대답을 종용하듯 다시 재차 묻는 물음. 섣불리 입을 뗐다간 또 다시 감정에 휩쓸릴 것 같아 입술을 꽉 물었다. 지금 내 심정으로 그대로 대답하다간 한 달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. 짝사랑 불구멍 앞에서 들어가기 일보 직전. 다시 심호흡 깊게 하며 마음을 가라앉힌다. 속이 울렁거려 결국 다시 몸을 일으켰다. 그깟 여자친구보다 내가 더 ...
내가 이재현을 왜 좋아하게 됐더라. 잘생긴 얼굴, 활발한 성격, 그리고 상위권에 드는 성적까지. 겉으로 보기에 완벽했던 고등학생의 이재현은, 남 부러울 게 하나 없어 보였다. 차고 다니는 시계가 명품이더라, 예전에 이재현 데려다준 차가 외제차더라, 그런 소문까지 합쳐져서 놈은 더 선망의 대상이었다. 따르는 친구가 차고 넘쳤고, 놈을 좋아하는 여자들도 줄 서...
난 안돼. 남녀 사이에 친구. 순식간에 사방이 고요해진다. 나와 이재현을 번갈아보는 시선이 느껴졌다. 등 뒤에 식은땀이 흘렀다. 그도 그럴 것이 이재현과 내가 오랜 친구라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사실인데, 하필이면 요즘 연락한다는 하진이 앞에서 저런 발언이라니. 원망스러운 눈으로 이재현을 봤다. 이재현 낮술 한 거 아님? 정작 이 사태를 만든 당사...
이재현을 좋아했던 날들을 돌이켜본다. 셀프자학의 연속. 바닥으로 떨어진 자존감. 희망 고문의 반복. 오래된 친구 사이의 짝사랑. 그 무수한 많은 날들 속에서 지속되었던 고통들. 그걸 조금도 알아주지 않는 짝사랑 상대. "미... 미안." 대뜸 사과부터 튀어나온다. 혹여나 내가 겪었던 것을 김영훈도 나 때문에 겪었을까 봐. 무의식중에 나도 김영훈에게 상처를 ...
너무 당황하면 머리 속에 아무 것도 안 떠오른다던데. 갑자기 왜 그 말이 지금 생각나는 걸까. 아무래도 지금 그게 너무 내 상황 같아서.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난관 앞에서 뇌가 기능을 잃은 것 처럼 삐걱거린다. 아니, 이걸... 어떻게 수습해? 몇가지 선택지가 눈앞에 짧게 스쳐 간다. 첫 번째, 김영훈한테 솔직하게 다 얘기하기. (단점 : 김영훈이 이재현한테...
가뜩이나 긴 다리인 놈을 깁스한 채로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. 채 말릴 틈도 없이 술집으로 들어간 놈이 제 짐을 제 어깨에 맨다. "뭐? 벌써 가려고?" 삽시간에 수 많은 눈동자들이 이재현에게로 옮겨진다. 아쉬움이 역력한 얼굴들이 보인다. 좀 더 있다 가지. 맞아, 왜 벌써 가요? 어떻게든 이재현을 붙잡기 위해 다들 한 마디씩 거든다. "시간이 늦어서 이만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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